작  가  소  개

    ‌―  작가노트  ―

     
‌흙으로 빚고 번 조 하면서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사실 차 도구를 접하면서 내가 도자기를 빚고 있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됐는지 모르겠다. 많은 시행착오와 더불어 조금씩 알아가게 되고 그렇구나 하고 알대 즈음 다시 어려움에 접어들곤 한다. 차를 우려내고 나누고 보듬어 음미하는 모든 행위 중에 그릇이라는 도구는 매우 중요하다. 차라는 성분의 포자 를 담아 우려내는 도자기, 우려 나누는 도자기, 보듬어 마시는 도자기는 다르면서 하나 이다. 향을 느끼고 맛을 음미하는 각자의 세계 또한 구분 지울 수 없는 연속적 하나의 행위이다. 그리고 내가 빚어내는 차 도구에는 늘 사용되는 문양이 있다. “솟대 문과 너울 문양”이 그것인데 솟대 문은 간절히 바라고 또 기다리는 우리 민중의 마음을 담고 싶은 마음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너울 문은 찰라 찰나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우리네 마음 자리를 표현하고자 하는 문양이다. 철학적이기도 한 주제이면서 일상 생활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하늘이 있어 땅의 조화로움을 알고 땅이 있어 하늘의 광활함을 알듯이 내가 빚고 있는 도자기 또한 그런 모습을 닮고 싶은 마음이 아니겠나 싶다. 구지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화려함이 있어 소박함을 생각하고 소박함이 있어 화려함을 알게 하듯 말이다. 먼 훗날 21세기 한 도 공 의 그릇이 그 시대의 철학적 삶에 한 편의 조각으로 말해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형태와 모양이 평화롭고 그 속에 담긴 내용물이 평화로우며 음미하는 자의 마음이 평화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 손들을 들어 광활함을 알게 하고 한 손을 내려 조화로움을 알게 하며 그 가운데 평등함을 얘기하는 그릇을 빚고 싶다. 물방울이 샘이 되고 흘러 냇물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 평화로운 차 그릇을 만들어 내고 싶다. 지금 내가 빚는 차 그릇에 우려내는 분들과 나누어 들어내는 분들과 보듬어 음미하는 분들이 모두 대 자유의 평온함을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얼핏 들어 과도한 말일 수 있으나 우리가 놓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것도 떠나지 못하는 것도 얽매 여진 인연이라 생각한다. 차를 음미하는 찰나의 순간 순간이 평안한 자리가 된다면 진정 차를 만들어 내는 이와 차 그릇을 빚는 이와 차 그릇을 보듬어 음미하는 이가 하나 되는 순간이며 평안한 자리라 생각한다.
물 한 방울이 쓸려 내려 부딪치고 흩어지고 다시 모여 평온한 자리에 머물듯 말이다.

솟대 의 간절한 기다림과 찰나로 너울 데는 마음이 모두 고요해지는 순간을 느끼고자 오늘도 더 많은 시간과의 교감 속에 평온한 마음을 담는 차 그릇을 빗고 싶다.